[주간 뉴스타파] 검찰이 만든 필리핀의 유령 '北 공작원 리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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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지난 5월부터 검찰 수사기록과 국가정보원 비밀 문건을 토대로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피의자와 참고인들을 불러 진술을 짜맞추는 이른바 '진술 세미나'가 수시로 열린 정황이 확인됐다.
쌍방울 측은 핵심 증인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딸에게 주택을 제공하고, 검찰이 압수했다가 돌려준 안 회장의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또 안 회장의 딸이 아버지로부터 "검사와 딜을 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거나, 아버지와 검찰청에서 면회를 했다고 말한 사실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하지만 대북송금 사건 1심 법원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불법 수사' 정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 철썩 같이 믿고 판결을 내렸다. 판결의 요지는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는 경기의 스마트팜 비용(500만)과 이재명 방북 비용(300만)이 맞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재명 방북 비용과 관련해 검찰이 없는 사실을 꾸며낸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 수사에 중대한 결함을 발견한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성태 회장은 300만 불을 세 번에 걸쳐 북측에 지급했다. 처음 돈이 건너간 건 2019년 7월이다. 당시 필리핀 마닐라에서 일제의 강제 징용을 규탄하는 국제 대회가 열렸는데, 이 행사에 북한의 공작원 리호남이 비밀리에 와서 받아갔다고 한다.
'이재명 방북 비용' 관련 검찰 수사 결과. 검찰은 김성태 회장이 북한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합의했고, 이후 세 차례에 걸쳐서 약속한 비용 300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발표했다.
리호남은 공식 초청 명단에는 없는 인물이다. 검찰은 리호남이 위조 여권을 활용해 필리핀에 가서 행사가 열린 호텔로 잠입. 공식 행사가 끝난 뒤 호텔방에서 김성태, 안부수, 이화영 등을 만나 이재명의 방북 시기를 조율하고, 김성태로부터 70만 달러를 받았다고 했다. 김성태 회장은 법정에서도 필리핀에서 리호남에게 7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이러한 검찰 수사 내용을 뒤집는 결정적 증거와 증언을 확보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리호남은 필리핀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대남 공작원이 자신의 조국(북한)이 수교도 맺지 않은 국가(필리핀)에 위험을 무릅쓰고 거액의 돈을 받으러 갈 이유도 없었다.더구나 2019년 7월은 리호남이 중국 단둥과 심양을 오가며 쌍방울 방용철 부회장 등을 수시로 만나던 때였다. 또 신변이 보장된 근거지인 중국을 굳이 벗어날 이유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필리핀 마닐라로 간 리호남'은 검찰이 만든 일종의 가상 인물, '유령'이었을 확률이 높다. 리호남의 필리핀 방문은 김성태, 안부수, 방용철 등의 진술뿐 별다른 물증이 없다. 그러나 만약 리호남이 필리핀에 가지 않은 사실이 향후 재판에서 증거로서 확인된다면, 검찰의 공소 사실 중 '이재명 방북 비용' 관련 내용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오늘(22일) <주간 뉴스타파>는 이재명 방북 비용과 관련한 검찰 수사 내용을 뒤집는 결정적 증거 3가지를 공개한다.